요즘 팬아웃 이야기가 자주 보입니다
쿼리 팬아웃(query fan-out). 구글이 AI Mode 발표에서 공식적으로 쓴 용어입니다.
출처: Google Blog — Expanding AI Overviews and introducing AI Mode (2025-03-05)
It uses a "query fan-out" technique, issuing multiple related searches concurrently across subtopics and multiple data sources and then brings those results together to provide an easy-to-understand response.
질문 하나를 하위 주제로 쪼개 여러 검색을 동시에 실행하고, 그 결과를 종합해 하나의 답을 만든다는 것입니다. 이 발표 이후 GEO 쪽에서 팬아웃 이야기가 부쩍 늘었습니다. 서브쿼리를 시뮬레이션하는 도구가 나오고, "이제 키워드가 아니라 서브쿼리를 잡아야 한다"는 이야기가 돌기 시작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듣다가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거, 어디서 많이 본 문제인데.
어디서 많이 본 문제였습니다
콘텐츠 SEO를 하던 시절, 저는 타겟 검색어의 상위 문서들을 수집해서 토픽 분석을 돌렸습니다. LDA 같은 토픽 모델로 상위 문서들이 공통으로 다루는 주제 덩어리를 뽑고, 그걸 콘텐츠 설계의 골격으로 썼습니다.
논리는 단순했습니다. 상위에 오른 문서들은 그 시점에 구글이 그 검색어에 노출할 만하다고 판단한 결과물입니다. 정답은 아니어도, 그 검색어에서 무엇이 중요하게 취급되는지 읽는 쓸 만한 표본이었습니다. 어떤 주제 곁에 어떤 주제가 있어야 하는지, 사용자가 이 검색어 뒤에 실제로 무엇을 궁금해하는지를 그렇게 추정했습니다.
그러니 팬아웃 이야기가 낯설지 않았습니다. 질문 뒤에 숨은 하위 질문들을 찾아낸다. 제가 토픽 분석으로 하려던 일과 겹쳐 보였습니다. 그래서 물었습니다. 결국 같은 것 아닌가?
AI와 따져봤습니다
이 질문을 들고 AI와 꽤 길게 논쟁했습니다.
AI는 처음에 둘을 전혀 다른 것으로 설명했습니다. 토픽 분석은 평균치를 주니 낡았고, 팬아웃은 관찰 가능하니 우월하다고. 그런데 다시 확인해 보니 실제 팬아웃 서브쿼리는 외부에 공개되지 않습니다. 그 얘기를 하자 AI는 이번에는 반대 방향으로 기울어 "결국 같은 작업"이라고 했습니다. 첫 답도 틀렸고, 정정한 답도 지나쳤습니다. 기술까지 같은 건 아니니까요. 결국 대화는 접어두고 공개된 자료부터 다시 확인했습니다.
같은 것은 아닙니다 — 어디서 보느냐가 다릅니다
구글 안에서 일어나는 팬아웃은 실제 검색 실행 절차입니다. 질문을 하위 주제로 나누고, 웹과 지식 그래프 등 여러 소스에 복수의 검색을 실제로 실행하고, 결과를 종합합니다. 필요하면 찾은 내용에 따라 계획을 고쳐 가며 더 검색합니다. 반면 토픽 분석은 고정된 문서 집합을 놓고 돌리는 정적 분석입니다. 하나는 검색 파이프라인이고 하나는 문서 뭉치 분석법이니, 구글 안에서 보면 둘은 다른 물건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구글 안을 볼 수 없습니다. 실제 서브쿼리는 비공개입니다. 2026년 6월 서치 콘솔에 생성형 AI 성과 보고서가 일부 사이트부터 열리기 시작했지만, 보여주는 것은 노출수와 페이지·국가·기기·날짜 차원까지입니다. 내 페이지가 어떤 서브쿼리에 불려 나갔는지는 여기에도 없습니다. Gemini API의 검색 그라운딩처럼 실제 실행된 검색어를 돌려주는 예외가 있긴 하지만, 그것은 그 API 호출의 기록이지 AI Mode의 기록이 아닙니다. 그래서 구글에 관한 한, 밖에서 하는 "팬아웃 분석"은 대개 LLM에게 서브쿼리를 추정하게 시키는 일, 즉 팬아웃이 아니라 팬아웃 추정입니다. 잘 알려진 도구인 Qforia도 스스로를 "Query Fan out prediction tool", 예측 도구라고 소개합니다. 밖에서 일하는 사람 눈으로 보면 예전의 토픽 분석과 하는 일이 겹칩니다. 보이지 않는 검색 수요의 하위 구조를, 손에 있는 재료로 역추론한다는 점에서요.
"같다"와 "다르다"가 부딪힌 이유가 여기에 있었습니다. 구글이 무엇을 하는지와 우리가 밖에서 무엇을 추정할 수 있는지는 다른 질문인데, 저부터가 이 둘을 섞어서 물었습니다. 같은 거 아니냐던 처음 질문도, AI의 두 답도 전부 이 혼동 위에 서 있었습니다.
변한 것과 변하지 않은 것
그 연속선 위에서도 변한 것은 있습니다. 예전의 토픽 분석은 단어 분포로 주제 덩어리를 보여줬고, 지금의 팬아웃 시뮬레이션은 LLM이 하위 질의 형태로 내놓습니다. 새로운 문제가 생겼다기보다, 추정 도구와 결과물의 모양이 콘텐츠 설계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진 셈입니다.
변하지 않은 것도 있습니다. 실제로 노출된 문서를 관찰하는 일의 가치입니다. 서브쿼리 추정이 주로 알려주는 것은 "무엇을 물을 것인가"입니다. 그 답이 어떤 구성으로 다뤄져 왔는지 — 표였는지, 조건에 따라 갈리는 서술이었는지, 어느 수준의 증거가 붙어 있었는지 — 는 지금도 실제 노출 문서를 봐야 확인할 수 있습니다. 토픽 분석 시절에 SERP를 들여다보던 그 일은 이름만 안 바뀌었을 뿐 지금도 그대로 유효합니다.
돌아온 콘텐츠 이즈 킹
따지고 보니 같은가 다른가보다 중요한 질문이 따로 있었습니다. 애초에 왜 이런 걸 하는가.
토픽 분석을 하던 이유는 고객이 무엇을 묻는지 알아내기 위해서였습니다. 팬아웃을 추정하는 이유도 같습니다. 그리고 알아낸 다음에 하는 일도 같습니다. 그 질문에 답하는 콘텐츠를 만드는 것.
"콘텐츠 이즈 킹"은 반쯤 맞는 말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냥 콘텐츠가 왕이었다면 토픽 분석도 팬아웃 추정도 필요 없었을 것입니다. 왕이 되는 조건이 "고객이 원하는 것"이어서, 그 원하는 것을 알아내는 도구가 계속 필요했습니다. 추정하는 도구는 토픽 모델에서 LLM 서브쿼리 추정으로 바뀌어 왔고, SERP와 PAA처럼 실제로 노출되는 자료를 눈으로 확인하는 일은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쌓인 것이지 교체된 것이 아닙니다. 고객이 제품에 대해 무엇을 묻는지를 확인해야 할 때, 구글이 검색결과에 직접 노출하는 관련 질문인 PAA는 여전히 들여다볼 가치가 있습니다.
용어는 앞으로도 바뀔 겁니다. 다음 유행어가 나오면 또 들여다볼 텐데, 이름보다 먼저 볼 것은 정해져 있습니다. 그 방법이 고객의 질문을 더 잘 찾게 해주는가. 도구를 쫓는 일이 이 기준을 벗어나면 어떻게 되는지는 키워드 시절이 이미 보여줬는데, 그 이야기는 따로 한 편이 필요합니다. 이 기준이 떠났던 적은 없습니다. 새 용어를 한 바퀴 돌아 보니 다시 그 자리였을 뿐입니다. 고객이 원하는 콘텐츠가 왕입니다.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지금 유행하는 용어 중에, 예전에 하던 일의 다른 이름이라고 느껴지는 것이 있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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